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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맨1 서사구조 분석 (복수→도주→자기해방, 3막구조)

by diary89015 2025. 8. 2.

2007년에 개봉한 영화 히트맨(Hitman)은 동명의 인기 스텔스 액션 게임 시리즈를 원작으로 제작된 하드보일드 액션 스릴러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게임의 영상화라는 한계를 넘어, 냉혹한 킬러 코드네임 47의 내면 심리와 자유 의지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어 평론가들과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를 넘나들며 오랜 기간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히트맨 1은 게임 팬들에게는 낯익은 ‘미션 기반 액션’의 시퀀스를 충실히 반영했지만, 영화적으로는 더 나아가 복수, 도주, 자기해방이라는 뚜렷한 3막 구조를 갖춘 완결된 서사를 보여줍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각 막의 서사적 기능, 캐릭터 변화, 미장센과 철학적 의미까지 포괄적으로 분석하여 히트맨 1이 단순한 액션 영화를 넘어 어떤 영화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영화 히트맨1

복수: 제거 대상이 된 암살자

영화의 도입부는 강렬합니다. 킬러 조직 '에이전시' 소속의 코드네임 47(티모시 올리펀트 분)은 훈련된 본능, 완벽한 전략, 감정 없는 눈빛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첫 미션에서 그는 익숙한 타깃인 러시아 총리 벨리코프를 제거하는 동시에 함정에 빠지며 스스로가 제거 대상이 되었음을 깨닫습니다.

그는 더 이상 명령을 수행하는 살인 기계가 아니라, 자신을 만든 조직에게 버려진 존재입니다. 이 전환은 극 중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변곡점으로, 관객은 이 지점부터 47의 이야기를 '살인자'가 아닌 '피해자이자 생존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히트맨의 ‘복수’는 단순히 생존을 위한 반격이 아니라, 존재의 의미를 다시 묻는 과정입니다. 그는 누구이며, 왜 버려졌고,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가? 특히 조직 내부에서 그를 함정에 빠뜨린 진짜 배신자와의 대결은 액션적 긴장감뿐만 아니라 도덕적 대립 구조로도 해석됩니다.

도주: 시스템을 거스르는 자의 여정

47은 복수를 다짐했지만, 조직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수사망에서도 그의 뒤를 쫓습니다. 이때부터 영화는 리듬이 빨라지고, 액션 시퀀스가 본격적으로 전개됩니다. 그의 곁에는 러시아 총리 암살 사건의 핵심 목격자인 니카(올가 쿠릴렌코 분)가 등장하면서 인간적인 관계의 서사가 더해집니다.

히트맨은 니카를 보호하며 점점 감정적 교감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그는 이전에는 몰랐던 인간적인 감정들을 경험합니다. 사랑, 동정, 보호 본능. 이는 히트맨의 캐릭터에 다층적인 깊이를 부여하며, 그가 단순한 ‘살인 머신’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도주 과정은 외형적으로는 전투와 추격으로 구성되지만, 내면적으로는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프라하, 부다페스트 등 동유럽 도시를 배경으로 한 장면들은 서늘하고 절제된 색감으로 킬러의 차가운 현실을 그려내며, 각 시퀀스는 게임적 구조를 영화적 미장센으로 잘 승화시킵니다.

자기 해방: 킬러의 선택, 인간의 구원

3막에서 히트맨은 도망자의 길이 아닌 ‘해방자의 길’을 택합니다. 그는 모든 암살자들에게 내려졌던 제거 명령을 무력화시키고, 니카를 구하며, 자신의 삶을 통제하려는 마지막 결단을 내립니다.

그는 니카를 위해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주고, 그녀가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배려하며 떠납니다. 이 장면은 ‘사랑의 실현’이 아닌, 정체성의 구제라는 점에서 영화적 깊이가 있습니다. 히트맨은 여전히 조직에 쫓기며 살아야 하지만, 스스로가 인간임을 자각한 순간 이미 구원을 얻은 셈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멀리서 니카를 지켜보며 사라지고, 화면에는 다시 조직의 손에 조종당할 또 다른 실험체가 등장합니다. 이 순환 구조는 체제의 반복성을 암시하면서도, 47만큼은 그 고리를 벗어났음을 강조합니다.

히트맨 1은 전통적인 액션 문법을 따르면서도, 3막 구조 속에 복수, 도주, 자기 해방이라는 인간 내면의 여정을 녹여낸 서사적 강점을 지닌 작품입니다. 킬러라는 외형 안에 감춰진 정체성의 고민과 자유를 향한 투쟁은 오늘날 우리 삶의 질문과도 닿아 있습니다. 게임 원작이라는 틀을 넘어, 한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를 다시 감상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