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터널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페이즈 4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기존 슈퍼히어로 서사와는 다른 ‘신화적 존재’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터널스는 고대부터 지구를 수호해 온 외계 종족으로 묘사되며, 인류의 진화와 문명에 깊이 관여한 존재들입니다. 이러한 설정은 한국의 전통 신화 속 인물들과도 흥미로운 유사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터널스의 세계관과 캐릭터들을 한국 신화 속 영웅들과 비교 분석하여, 문화적 배경의 차이와 공통된 상징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터널스의 설정과 캐릭터, 신과 인간 사이
이터널스는 마블 코믹스의 잭 커비가 창조한 종족으로, 우주의 창조주인 셀레스티얼이 만든 반불사의 존재입니다. 이들은 고대부터 지구에 존재하며 인류의 문명 발달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들은 신화 속 신으로 오인받기도 하며, 인간을 지키기 위해 디비언츠라는 괴물과 싸워왔습니다. 영화 속 이터널스는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10명의 캐릭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능력은 고대 신화 속 신이 나 영웅을 연상케 합니다.
예를 들어, ‘이카리스’는 하늘을 날고 광선을 발사하는 능력으로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를 모티브로 했지만, 이는 동양에서 하늘을 관장하는 존재, 예컨대 천제(天帝) 혹은 해를 쏘아 떨어뜨린 예(羿)와도 비교할 수 있습니다. ‘세르시’는 물질을 변형시키는 능력을 지녔으며, 이는 한국 신화에서 만물 조화의 힘을 지닌 창조신 단군 혹은 하늘에서 온 환웅의 능력과도 유사한 맥락을 가집니다. ‘길가메시’는 강력한 힘을 가진 수호자로, 이는 장군신이자 무력의 상징인 김유신 장군이나, 민간신앙에서 무장 신으로 등장하는 삼신할미의 남성 counterpart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터널스는 현대적 기술과 고대 신화를 절묘하게 혼합해 ‘신과 인간의 경계’에 있는 존재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인간을 지키면서도 그들과 구분되는 운명을 짊어진 종족으로, 결국 자신들의 정체성과 사명을 두고 갈등합니다. 이러한 이야기 구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화의 핵심 서사와 닮아 있으며, 이는 한국 전통 설화에서도 유사하게 발견됩니다.
한국 신화 속 히어로와 초월적 존재
한국 신화는 대체로 자연 숭배와 하늘로부터 내려온 신성한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단군신화에서는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와 인간 세상에 문명을 전하고, 곰이 인간이 되어 단군을 낳는 이야기를 통해 하늘과 인간, 동물의 연결을 상징합니다. 이 서사 속에서 환웅은 인간을 가르치고 보호하며, 지혜와 문명의 전달자 역할을 합니다. 이는 이터널스가 문명을 개입하고 발전시키는 존재라는 설정과 닮아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바리데기 설화에서 바리는 버림받은 공주이자 저승을 오가는 사자로 등장합니다. 그녀는 고통과 희생을 통해 신이 되어 인간의 죽음을 관장하는 존재로 전환되며, 이는 이터널스에서 자신을 희생하며 인류를 선택하는 캐릭터들, 특히 ‘아약시’나 ‘세르시’의 내면적 고뇌와 상통합니다.
또한, 한국에는 특정 지역의 수호신이나 산신(山神), 해신(海神) 같은 ‘지속적으로 인간을 지켜보는 존재’에 대한 신앙이 깊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통은 이터널스에서 등장하는 ‘지구 수호자’ 이미지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이들은 인간 사회의 문제에 개입하지 않지만, 결정적 위기에서는 도움을 주는 존재로 묘사되며, 그 모호한 경계가 오히려 신적인 이미지를 강화합니다.
무속 신화에서도 ‘무격’이 신의 계시를 받아 인간 세계의 질서를 유지한다는 설정은, 이터널스의 ‘천상적 사명’과 유사합니다. 특히 ‘신과 인간의 중간자’라는 점에서 한국 전통 신화 속 인물들과 이터널스 캐릭터들은 상징적 구조에서 놀라운 유사성을 보입니다.
동서양 신화 기반 히어로의 공통점과 차이점
이터널스와 한국 신화적 히어로의 공통점은 명확합니다. 둘 다 '초월적 존재'로서 인간 세계에 영향을 끼치며, 인간과 신 사이의 경계에서 갈등하거나 조율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이들은 대부분 불완전한 신 또는 반신(半神)의 위치에 놓여 있어, 전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인류를 위하거나 희생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기저에 있는 철학과 문화적 뉘앙스에는 분명한 차이도 존재합니다. 서양의 신화 기반 히어로들은 '개인의 영웅서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반면, 한국 신화는 ‘집단과 조화’ 또는 ‘자연과 인간의 균형’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단군은 위대한 전투를 벌이기보다 백성을 이롭게 하는 군주의 모습으로 그려지며, 바리데기는 죽음과 희생을 통해 집단을 살리는 존재로 재조명됩니다.
이터널스가 인류를 지키기 위해 내부 갈등과 이념 충돌을 겪는 장면은, 한국 신화에서 형제, 부모, 조상과의 관계 속 갈등과 유사한 구조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한, 이터널스의 다양성은 현대적 가치관의 반영이라면, 한국 신화는 다양한 지역과 민속 전승을 통해 각기 다른 신화적 존재들을 창조해 낸다는 점에서 다층적인 공통점을 지닙니다.
결론적으로 이터널스와 한국 신화 속 영웅들은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태어났지만, 인간을 위하고, 초월성과 인간성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같은 이야기를 다른 언어로 말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터널스는 단순한 슈퍼히어로 영화가 아닌, 신화적 상징과 철학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한국 신화 속 초월적 존재들과 비교해보면, 인간을 위한 희생, 도덕적 딜레마, 신성과 인간성의 경계라는 공통된 구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세계 모두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진정한 영웅은 누구인가?” 문화의 차이를 넘어선 이 유사성은 우리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한국 신화와 이터널스를 함께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지금 여러분도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