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크루엘라 (천재, 패션, 시각과 청각)

by diary89015 2025. 8. 5.

2021년 디즈니가 새롭게 선보인 실사 영화 *크루엘라(Cruella)*는 고전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티안의 악당, 크루엘라 드 빌(Cruella de Vil)의 기원을 다룬 프리퀄 성격의 작품입니다. 기존의 선악 구조에서 벗어나, 한 여성 캐릭터의 성장과 일탈, 그리고 복수와 창조의 서사를 스타일리시하게 그려낸 본 작품은 ‘디즈니식 빌런 유니버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엠마 스톤과 엠마 톰슨의 연기 대결, 1970년대 런던을 배경으로 한 하이패션 요소, 그리고 사운드트랙의 활용이 돋보이며, 기존 디즈니 영화와는 다른,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완성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 크루엘라의 줄거리, 캐릭터 분석, 시각적 연출과 메시지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리뷰합니다.

 

 

영화 크루엘라

억압된 천재 소녀, 크루엘라의 탄생 배경

영화는 크루엘라의 어린 시절, 본명인 **‘에스텔라’**로부터 시작됩니다. 어린 에스텔라는 유난히 창의적이고 반항적인 기질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평범함에 순응하지 않고 세상의 질서를 거스르는 아이였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에스텔라를 사랑하면서도 그녀가 ‘좋은 아이’로 자라길 바랐고, 갈등 속에서도 모녀는 강한 유대감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에스텔라의 인생은 한 사건을 기점으로 완전히 바뀝니다. 어머니가 비극적인 사고로 목숨을 잃고, 에스텔라는 런던의 거리로 도망쳐 도둑으로 살아갑니다. 이때부터 그녀는 친구 재스퍼와 호레이스와 함께 도둑질로 생계를 이어가며, 숨은 패션 감각을 발휘해 위장과 연출에 능한 존재로 성장하게 됩니다.

이렇듯 에스텔라는 선천적 재능과 후천적 생존 기술을 모두 갖춘 인물로 그려지며, 전형적인 ‘악당’이 아닌 복잡한 배경과 인간적인 내면을 지닌 입체적인 캐릭터로 재탄생합니다. 그녀가 ‘크루엘라’로 변모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관객은 빌런의 탄생을 단순한 타락이 아닌 정체성의 각성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엠마 스톤 vs 엠마 톰슨, 두 여성의 치열한 패션의 미학 대결

크루엘라의 중심축은 단순한 선악 대립이 아닙니다. 영화의 진짜 긴장감은 에스텔라가 자신의 패션적 재능을 입증하기 위해 일하게 되는 **‘바로네스’(엠마 톰슨 분)**와의 심리적 대결에서 발생합니다. 바로네스는 런던 최고의 디자이너로,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 인물이자 에스텔라의 우상이기도 합니다.

에스텔라는 바로네스 밑에서 일하며 자신의 능력을 펼칠 기회를 얻지만, 곧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됩니다. 바로네스가 과거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에스텔라는 단순한 제자에서 복수의 대상이자 라이벌로서 ‘크루엘라’라는 또 다른 자아를 창조하게 됩니다.

이후 펼쳐지는 장면들은 단순한 감정 대결이 아닌, 철저히 ‘패션’과 ‘연출’을 무기로 한 무언의 전쟁입니다. 크루엘라는 런던 상류사회의 파티 현장마다 등장해 도발적이고 독창적인 의상으로 바로네스를 압도하며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쓰레기차 드레스, 불타는 치마, 나비로 덮인 드레스 등은 단순한 의상이 아닌, 자신의 메시지를 담은 선언이 됩니다.

엠마 스톤은 이런 크루엘라의 ‘광기와 통찰’을 완벽하게 표현했고, 엠마 톰슨은 그에 못지않은 카리스마로 바로네스를 생생하게 구현했습니다. 두 사람의 연기 대결은 극의 중심축이자 가장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입니다.

 

시각과 청각의 향연, 크루엘라의 스타일리즘

크루엘라는 스토리 못지않게 시각적인 미장센과 음악 연출이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1970년대 런던 펑크 문화와 하이패션이 어우러진 배경 속에서 크루엘라의 패션은 단순한 의상이 아니라 ‘정체성의 상징’이자 ‘무기’로 작동합니다.

의상 디자이너 제니 비반은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하며 극찬을 받았고, 크루엘라의 의상 하나하나가 시대적 맥락과 캐릭터 심리를 반영하는 섬세함을 보여줍니다. 그녀가 입고 등장하는 의상은 늘 이야기를 이끌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동시에 내러티브를 강화합니다.

음악 또한 이 영화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롤링 스톤스, 퀸, 니나 시몬 등 시대를 대표하는 록과 소울 넘버들이 곳곳에 삽입되어, 장면마다 에너지와 감성을 극대화합니다. 특히 크루엘라가 파티에 등장하거나, 반격을 시도하는 장면마다 음악이 함께 터지며 ‘쇼’의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이처럼 크루엘라는 스토리뿐 아니라 스타일, 감각, 리듬까지 조화를 이뤄 ‘볼거리 그 자체’로 완성된 작품입니다. 패션 영화로서도, 음악 영화로서도 높은 완성도를 지닌 드문 사례입니다.

 

크루엘라는 단순한 악당의 기원 이야기가 아닙니다. 억압받던 개인이 정체성을 찾아가고, 억눌림에서 벗어나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에 맞서는 서사입니다. 엠마 스톤의 몰입감 있는 연기, 감각적인 연출, 그리고 시각·청각적으로 완성도 높은 스타일은 이 작품을 단순한 디즈니 실사 영화가 아닌, 독립된 예술 영화로 자리 잡게 합니다. 크루엘라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약간... 미쳤지. 하지만 천재적인 미친 거야.” 그 말처럼, 크루엘라는 광기와 창조 사이의 경계를 오가는 당당한 선언입니다. 디즈니 영화의 새로운 방향을 보고 싶다면, 이 작품은 꼭 감상해야 할 영화입니다.